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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모든 것

치매환자를 돌보며 가족이 화내지 않는 방법

by ☁︎℉☂︎ 2022. 2. 22.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울컥해서 감정이 폭발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합니다. 만약 치매환자가 본인의 가족이라면 변한 모습에 당황하고 화가 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본인이 아는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진정됩니다. 

 

여자노인이 핸드폰 화면을 보며 웃고 있다
치매환자를 나무라면 힘든 것은 나 자신입니다. 

치매환자와 지내다보면 감정적이 될 수 있습니다. 

 

치매환자와 같이 살다보면 같은 말이나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한다든지, 방금 식사한 것을 잊고 "왜 밥을 안주냐? 나를 굶어 죽일 작정이냐?"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어떤 때에는 "훔쳐간 내 돈 내놔라"라고 말하기도 하고, 갑자기 화를 내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눈앞의 부모님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치매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화가 납니다. "이제 그만 좀 해!"라고 화를 내거나 "아까 말씀드렸잖아요"라고 반문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는 건 좋지 않아요!"라며 강한 어조로 가르치려 들기도 합니다. 그런 다음 보호자는 자기혐오에 빠집니다. 이런 일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일입니다. 

 

예전의 그 사람으로 기대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됩니다. 

 

치매환자의 가족은 '애매한 상실'을 체험하면서 큰 스트레스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애매한 상실'이란 '작별인사가 없는 이별'과 '이별은 아니지만 안녕'이라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작별인사가 없는 이별'이란 실제로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상실입니다. 전쟁,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나 유괴 등으로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행방불명이 되었더라도 남은 사람의 마음 한 구석에는 사라진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별이 아니지만 안녕'은 육체적으로는 존재하더라도 심리적으로는 부재인 상태를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이나 뇌는 이제 그 사람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만 이전의 그 사람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치매는 '애매한 상실'을 가족들이 겪게 됩니다. 

 

치매환자의 가족은 그 사람을 육체적으로 잃는 것은 아니지만, 질병의 진행에 따라 그 사람과의 과거의 관계성을 잃어갈 때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아닙니다. 분명히 어머니이지만 어머니가 아닙니다. 이런 상태를 계속 마주한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슬픔, 불안, 고통, 때로는 분노와 부정이라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치매환자의 가족들이 환자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것은 '애매한 상실'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육체적으로 눈앞에 환자가 존재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든 예전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답답하고 견딜 수가 없어서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입니다. 

 

치매환자는 이제 예전의 어머니, 아버지가 아닙니다. 이것을 받아들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눈앞에 계신 분은 예전의 어머니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비교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이런 것도 못하다니'라며 비관할 일도 없어지고, '왜 이걸 못하지?'라고 짜증을 내거나 어이없어하며 감정이 북받치는 일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환자에게 짜증을 내고 나면 힘들어지는 것은 자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 환자가 말하는 것을 부정해도 되나요?'라는 질문과 '치매 환자를 나무라도 좋은가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나무라면 안되는 것도 아니고, 나무란다고 치매가 악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무라도 난 후 돌아서서 고통스러운 사람은 환자의 보호자나 가족입니다. 

 

치매환자는 야단을 쳐도 들은 것을 바로 잊어버리기 때문에 행동이 개선될 수 없습니다. 곧바로 잊어버리기 때문에 어이없어 할 필요도 없으며, 그렇다고 치매 증상이 악화되거나 호전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야단친 사람에게 후회만 돌아옵니다. 

 

치매 환자는 야단 맞은 내용은 잊어버리지만 그 불쾌감은 오래 남습니다. 감정의 기억은 오래갑니다. '왜 야단맞았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저 사람에게 분한 느낌'만이 남습니다. 이러한 불쾌감은 치매 환자에게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습니다. 

 

돌보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치매 환자의 문제행동입니다.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게 하려면 환자가 늘 기분좋게 지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치매환자를 나무라서 기분을 나쁘게 만들면 힘들어지는 것은 나무란 사람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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