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0대 노인은 1년 전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직후 갑자기 기억력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자녀들의 전화번호를 잊더니 두 달 뒤에는 말투가 어눌해졌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온몸이 아프다"라며 밖에 나가는 것도 꺼렸다. 치매 초기 증상으로 생각한 자녀들은 아버지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검진 결과, 뜻밖에도 치매가 아닌 '노인성 우울증' 이었다.
노인성 우울증 = 가성치매
노인성 우울증은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와 같은 초기 인지장애 증상이 흡사하여 '가성치매'라고 불린다. 치매처럼 보이지만 치매가 아니라는 뜻이다. 치매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오는 노인 10명 중 4명은 가성치매라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두 질병은 구분하기가 어렵다.
가성치매는 발병원인 자체가 치매와 다르다. 치매가 뇌세포 손상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면 가성치매는 갑작스러운 사건, 사고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원인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가족 중 누군가가 죽거나 큰 사고로 당한 경우, 신체 노화나 사업 실패 등으로 큰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이다. 즉, 가성치매는 정신적 문제이다.
치매와 가성치매의 차이점
발병시기와 진행속도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가성치매는 두 달 전 혹은 다섯 달 전처럼 증상이 시작되는 시기가 명확한 편이다. 증상악화 속도도 빠른편이다. 치매는 증상이 몇년 간 서서히 진행된다. 갑자기 눈에 띄게 기력과 의욕이 떨어지고 기억력 감퇴를 호소한다면 치매보다 가성치매를 먼저 의심해봐야 한다.
두 질환은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도 반대이다. 치매 환자는 주로 기억력, 집중력이 감퇴된 후 우울증을 겪는다. 가성치매는 불면증, 초조함, 식욕 저하와 같은 우울증 증상을 겪은 후 기억력 저하를 호소한다. 치매 환자가 보이는 심한 언어 장애를 가성치매 환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인지 기능 검사만 해봐도 가성치매는 금세 구분된다. 열심히 검사를 받으며 "내가 치매라니 말도 안된다,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며 과잉 방어하는 경우 치매환자, 검사를 귀찮아 하거나 "잘 모르겠다"면서 대충 대답하는 경우 가성치매일 확률이 높다. 그러다보니 가성치매 환자는 검사할 때마다 결과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치매와 가성치매를 혼동하여 초기 대응을 잘못하면 병세가 순식간에 악화되거나 동시에 두 가지 질환 모두를 얻게된다. 특히 가성 치매는 제대로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가성치매를 방치했다가는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치매 발병률이 두 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발견하여 약물 치료를 받는 거이 좋다. 가성치매는 뇌세포에는 문제가 없는 정신과적 질환이라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80%이상이다.
치매환자에게도 두 질환의 구분은 중요하다. 보통 치매환자 3명 중 1명이 우울증 증상을 동반한다. 치매를 가성치매로 오인하여 내버려두면 인지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가족 중 누군가가 기억력 감퇴를 호소한다면 바로 인지기능검사와 우울증 검사를 받게하여 최대한 빨리 병명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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